몸은 끝까지 내 편

우리는 자주 몸을 원망한다. 왜 잠이 안 오는지? 왜 숨이 헉헉 막히는지? 왜 심장이 찌릿찌릿한지? 왜 손이 떨리고 머리가 어지러운지? 왜 다리가 천근만근 무거운지? 왜 최근의 일조차 기억이 안 나는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몸이 나를 배신했다고 생각하거나, 소중한 몸을 학대한다. 지레 겁먹고 삶의 의지를 놓아버리기도 한다.

사실 우리 몸은 24시간 쉬지 않고 일하는 중이다. 건강한 사람은 경보가 없는 몸이 얼마나 많은 일을 감당하고 있는지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감사해 하기는커녕 몸을 더욱 가혹하게 착취하고 열악한 환경에 노출시킨다. 자신을 학대했던 사람도 수술대에 올라보면 안다. 수술 후 시간대마다 몸의 변화가 얼마나 선명한지. 치유를 위해 혼자서 얼마나 치열하고 급박하게 움직이는지. 몸이 눈물겹게 고맙다는 것을 끝내 알게 된다. 이때 우리는 몸의 신성함에 깊은 고마움과 외경심을 품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사실 몸은 우리를 해치려 한 적이 없다. 심장이 빨리 뛰는 것은 당신의 뇌를 살리기 위해서이고, 숨을 가쁘게 만드는 것은 더 많은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서이며, 근육을 긴장시키는 것은 위험으로부터 도망칠 준비를 하기 위해서다. 불안도, 공포도, 통증도 처음부터 적이 아니었다. 그것들은 생존을 위해 수백만 년에 걸쳐 다듬어진 가장 오래된 경보 시스템이다.

몸은 왜 경보를 울리는가?

몸은 우리를 괴롭히기 위해 경보를 울리는 것이 아니다. 경보는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위험을 먼저 감지하는 생존 시스템이다. 빠른 심장박동, 가쁜 호흡, 근육의 긴장 등 평소와 다른 ‘이상한 느낌’은 원래 위험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정상적인 방어 반응이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오래 지속되거나 뇌가 위험을 과대평가하면 실제 위협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경보가 계속 반복해서 울릴 수 있다. 그 결과 가슴 두근거림, 어지럼증, 호흡곤란, 통증, 피로감, 손발 저림, 보행 장애와 같은 다양한 신체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실제 화재가 없는데도 경보가 반복해서 울리면 사람은 지치고 경보 소리마저 두려워하게 된다. 불안과 공황, 신체화 증상도 이와 닮아 있다. 몸은 당신을 괴롭히려는 것이 아니라 너무 오래 혼자 위험을 감시하다 지쳐버린 것이다. 이때에는 가장 강력하고 즉각적인 스위치인 복식 호흡(횡경막 호흡)을 통해 몸에 ‘지금은 안전하다’는 신호를 보내거나 필요 시 정신과 진료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그러니 몸을 원망하지 말고 몸과 싸우지도 말자. 심장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들어보자. 호흡이 전하는 리듬에 귀를 기울이고, 떨리는 다리가 얼마나 오래 당신을 버텨왔는지 떠올려 보면서 감사의 마음을 갖자. 몸은 당신의 기쁨과 슬픔, 고통을 당신보다 먼저 알고 있기에 때로는 통증이라는 언어를 빌려 “이제는 나를 돌봐줘.”라는 말을 당신한테 건넨 것이다.

그 신호에 무감각하지 않은 이상, 그 신호를 적으로 여기지 않는 순간, 치유는 이미 시작된 것이다. 참으로 다행인 것은 우리의 뇌는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신경가소성). 신경은 새로운 길을 만들고 자율신경계는 다시 균형을 찾을 수 있다. 이처럼 몸은 놀라울 정도로 회복을 향해 움직이는 존재다.

끝까지 우리를 살리려 애쓰는 몸이지만 완벽할 수는 없다. 하지만 평생 당신을 지켜줄 친구도, 가장 성실한 동반자도 바로 이 몸이다. 그러니 오늘부터는 몸에게 조금 더 다정하게, 더 관대해지자. 몸이 보내는 신호를 공포가 아닌 이해로 받아들이고 학대나 불만 대신 두 잔 마실 술을 한 잔으로 줄이거나 금연 등 실제 행동으로 우리 몸에 감사를 표하자. 당신의 심장에 손을 얹고 정겹게 응답하자. 당신의 심장은 일분일초의 쉼도 없이 당신을 위해 뛰고 있다. 이 심장이 헐떡거리지 않도록 편안하게 해주자.

몸은 영원히 당신 편이다. 이 사실은, 그 무엇보다 오래 당신을 지탱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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