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자의 미해결과제

상담을 하다 보면 가끔 내담자와 감정이 서로 얽히면서 상담 종료 후에도 그 기분이나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는 자신을 보게 됩니다. 심지어 꿈에서까지 내담자를 위한 해결책을 찾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이런 과정이 지속된다면 상담자의 미해결 과제가 무엇인지 개인 상담을 받거나 슈퍼바이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상담자의 미해결 과제(unresolved issues)란, 상담자 자신이 충분히 이해하고 소화하지 못한 심리적 상처, 갈등, 욕구를 말합니다. 이런 과제는 평소에는 드러나지 않다가 특정 내담자를 만났을 때 강하게 활성화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애착의 상처

부모에게 충분한 사랑이나 인정을 받지 못했던 경험이 있는 상담자는 버림받은 내담자를 만나면 지나치게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있습니다.

ⓑ상실과 애도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나 이별을 충분히 애도하지 못한 상담자는 비슷한 상실을 겪은 내담자를 만나 자신의 슬픔까지 함께 떠올릴 수 있습니다.

ⓒ구원자 욕구(Rescuer tendency)

“반드시 이 사람을 내가 고쳐야 한다.”, “내가 살려야 한다.”는 강한 책임감입니다. 이는 도움을 주려는 마음도 물론 포함되겠지만 자신의 존재 가치를 타인을 구하는 데서 확인하려는 심리일 수 있습니다. 상담자는 자신의 경계를 지키면서 내담자가 자신의 삶을 지속할 수 있게 돕는 사람이지 구원자 또는 해결사가 아닙니다.

ⓓ인정 욕구

내담자에게 “좋은 상담사”라는 평가를 받고 싶어 거절해야 할 요구도 받아들이거나, 상담 관계를 끝내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죄책감이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

내담자의 상태가 호전되지 않으면 자신의 실패처럼 느끼는 등 자신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웁니다.

ⓕ과거의 트라우마

질병, 가족문제, 학대, 폭력 등 자신의 경험이 충분히 치유되지 않았다면 비슷한 사례를 접할 때 객관성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럼 상담자 마음의 그림자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상담자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볼 수 있습니다.

‘왜 유독 이 내담자만 계속 생각나는가?’

‘상담이 끝났는데도 감정이 가라앉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사람을 꼭 도와야 한다는 조급함은 어디서 오는가?’

‘내가 내담자의 삶을 대신 책임지려 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 감정은 내담자의 것인가, 아니면 내 과거의 경험이 되살아난 것인가?’

상담심리에서는 상담자의 성장을 위해 개인 상담, 슈퍼비전, 자기 성찰을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상담자가 자신의 상처를 잘 이해하고 있을수록, 내담자의 상처와 자신의 상처를 구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Carl Rogers는 상담자의 핵심 자질로 진정성과 공감을 강조했지만, 그 공감은 자신의 감정에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잃지 않은 채, 상대의 세계를 이해하는 능력이라고 보았습니다. 상담자는 자신의 내면을 끊임없이 탐구해야 합니다. 자신의 그림자를 알고 있는 상담자가 내담자의 고통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곁을 지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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